집을 짓는 시대에서
운영을 설계하는 시대로

HT비욘드 이건구 대표

아파트는 오랫동안 ‘잘 짓는 것’이 곧 경쟁력인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주거 환경은 단지를 어떻게 운영하고, 입주민에게 어떤 생활 경험을 제공하느냐를 새로운 기준으로 요구하고 있다. 스마트홈 기술을 넘어 단지 생활 전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시도는 바로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등장했다. 주거 통합 플랫폼 ‘바이비’를 운영하는 HT비욘드 이건구 대표와 함께, ‘운영을 설계하는 시대’로 향하고 있는 아파트의 미래를 이야기해봤다.

CHAPTER 1.
왜 ‘주거의 슈퍼앱’이 필요했나

먼저 대표님과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주거 통합 플랫폼 ‘바이비’를 운영하는 HT비욘드 CEO 이건구입니다.
저희는 스마트홈과 IoT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아파트 단지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홈네트워크와 홈오토메이션 장비 사업을 해오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이 기술을 집 안 제어에만 머물게 둘 것인가, 아니면 주거 생활 전체로 확장할 수 있을까.’ 그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지금의 바이비입니다.

Q 플랫폼 개발로 이어지게 만든 구체적인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크게 느낀 문제는 주거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와 시스템이 서로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기능은 별도 앱, 어떤 기능은 관리사무소 방문이 필요한 구조였죠. 입주민 입장에서도 번거롭고, 운영 주체 입장에서도 관리가 복잡한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세운 방향은 명확했습니다. 스마트홈 제어, 관리사무소 소통, 커뮤니티 예약, 출입 인증, 결제, 외부 서비스 연동까지 하나의 앱에서 연결되는 구조, 말 그대로 ‘주거의 슈퍼앱’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Q 실제 단지에 적용해 보니 입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최초 논의시점에서는 필요한 시스템이겠다는 기대로 시작했다면, 실제 입주가 시작되고 나서는 앱 없이는 단지 운영이 안 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졌습니다. 하이엔드 단지일수록 커뮤니티 시설이 많고, 그 시설들을 앱 하나로 예약·출입·정산까지 연결하는 구조가 오히려 더 잘 맞았던 겁니다. 그 이후로 커뮤니티 시설이 많은 단지일수록 플랫폼 체감도가 높다는 것을 현장에서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또 인증된 입주민만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보니 공지, 동아리 활동, 중고 거래 같은 단지 내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마트폰 안에 하나의 단지 커뮤니티가 들어온 셈이죠.

Q 단지 커뮤니티 시설 운영 방식도 달라졌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인가요?

요즘 아파트는 커뮤니티 시설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주요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투어 커뮤니티 특화 단지를 선보이면서 독서실, 피트니스, 골프연습장, 사우나, 조식 서비스까지 구성이 다채로워졌고, 그만큼 시설마다 예약 방식, 출입 기준, 이용료 체계도 저마다 달라졌습니다. 반도건설은 이런 흐름에서 중견 건설사 중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 중 하나로,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2028년 7월 입주 예정)는 그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실내체육관, 골프연습장, 라운지, 쿠킹스튜디오, 작은 도서관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조성되오 있는데요.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수기 관리나 개별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도입되면 예약부터 출입 인증, 이용 관리, 정산까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연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세대당 무료 이용 인원이나 시간, 추가 이용 시 과금 기준 같은 다양한 시나리오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어서 운영 인력의 부담을 줄이고 관리 정확도를 높이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CHAPTER 2.
트렌드 확산의 조건, ‘가치’와 ‘사용 경험’

Q 어떤 조건이 갖춰질 때 이런 기술이 빠르게 확산된다고 보시나요?

결국 ‘가치가 확인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주민이 실제로 편리함을 느끼는지, 운영 주체가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주거 분야는 한 번 선택하면 오래 사용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초기 도입 장벽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실제로 잘 돌아간다’는 사례가 나오면 확산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아파트 특성상 옆 단지의 변화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검증된 사례는 자연스럽게 다른 단지로 이어지는 구조가 생깁니다.

Q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세대가 사용해야 하는 만큼 접근성도 중요한 문제일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특정 연령층만을 위한 UX로는 설계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직관성과 범용성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큰 글씨 옵션 제공, 출입 장치에서의 키높이와 사용 편의성 고려, 나아가 음성 인식 기능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접근성 개선은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누구나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장기적으로는 플랫폼이 단지 간
‘주거 경험의 격차’를 줄이는 역할도 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은 운영 구조를 표준화하고 체계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정 단지에서 검증된 운영 모델이 다른 단지로 확산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구축 단지에서도 신축에서 검증된 기능들이 점차 적용될 수 있다면,
과거에는 일부 신축 단지에서만 가능했던 생활 경험이 더 넓은 범위로 퍼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CHAPTER 3.
건설사의 숙제, ‘공급’ 이후를 설계하는 시대

Q 이런 변화 속에서 건설사들의 관점도 달라지고 있다고 보시나요?

과거에는 하자 없이 안전한 시설물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습니다. 지금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기본 전제가 된 측면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급 이후 단지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커졌습니다.
입주민이 단지 안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 커뮤니티와 관리 서비스가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가 주거 만족도와 브랜드 이미지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건설사가 이 모든 영역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IT 기술도 필요하고 다양한 생활 서비스 및 운영 전문 업체와의 협업도 필수적이죠.
저는 건설사의 역할을 여러 요소를 조율하는 ‘종합 예술의 지휘자’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단지에서

더 특화된 경험을 만들 수 있을까?'

Q 반도건설과의 협업은 어떤 맥락에서 시작되었나요?

반도건설은 주거 통합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전부터 관심을 갖고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개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이 2022년이고, 실제 서비스는 2024년 입주 단지부터 적용되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어떻게 하면 단지에서 더 특화된 경험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왔다는 점입니다.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쌓아온 입주민 요구와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안을 주셨고, 저희는 그 요구를 IT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면서 플랫폼을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Q 건설사마다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향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나요?

그렇습니다.

건설사마다 쌓아온 경험과 사업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플랫폼이 발전하는 방향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일부 건설사들은 입주민들을 위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특화한 경우가 있습니다.

꽃 배달, 화분 관리, 창틀 청소처럼 쿠팡 같은 일반 플랫폼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지만 주거 생활과 밀접한 단일 서비스들을 단지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입니다. 건설사마다 계열사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이커머스, 문화, 이동 편의 등 보다 폭넓게 주거 서비스의 영역을 확장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단지 안에서 이커머스의 편리함을 누리고, 입주민 전용으로 특별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앞으로 시니어 주거가 업계 전반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고, 관련 서비스에 집중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물리적 공간 제공을 넘어 실시간 헬스케어와 시니어 특화 콘텐츠를 플랫폼에 연계하며 시니어의 건강과 일상을 케어하는 라이프 매니지먼트 파트너로 진화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각 건설사의 특성과 강점에 맞게 플랫폼이 진화하고 있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도건설의 경우 유보라 천안두정역 현장에서 단지 주변 미세먼지와 공기질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최초 도입했습니다. 입주민의 생활 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에코델타시티 반도아이비플래닛과 같은 지식산업센터에도 플랫폼 적용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식산업센터는 여러 기업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공용 회의실 예약, 입주사 간 소통, 상가 서비스 연계 등 주거와는 다른 운영 기능이 중요합니다. 같은 플랫폼이라도 공간의 성격에 따라 운영 목적과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확장은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CHAPTER 4.
데이터와 AI, 주거 플랫폼의 다음 단계

Q 앞으로 플랫폼이 발전하면 ‘데이터’가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어떤 변화가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데이터는 단지 운영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나아가 설계 단계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어떤 시설이 얼마나 사용되는지, 세대 특성에 따라 서비스 선호도가 어떻게 다른지 같은 데이터가 축적되면, 단지 설계 단계에서 어떤 시설을 어느 규모로 넣을지를 경험이나 직관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개인 단위로는 생활 패턴에 맞춰 서비스를 제안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더 개인화된 주거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반도건설과 이러한 데이터 기반 운영 영역에서도 협업해 나갈 예정이며 더 의미 있는 결과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주거 플랫폼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하시나요?

데이터는 단지 운영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나아가 설계 단계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어떤 시설이 얼마나 사용되는지, 세대 특성에 따라 서비스 선호도가 어떻게 다른지 같은 데이터가 축적되면, 단지 설계 단계에서 어떤 시설을 어느 규모로 넣을지를 경험이나 직관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개인 단위로는 생활 패턴에 맞춰 서비스를 제안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더 개인화된 주거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반도건설과 이러한 데이터 기반 운영 영역에서도 협업해 나갈 예정이며 더 의미 있는 결과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건구 대표의

Master's View

 

“입주민이 편리함을 체감하는 순간,
플랫폼은 단지의 시스템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됩니다.
그것이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주거의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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