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1
재료와 본질을
들여다보는 가구
2026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속 가구들은 화려한 장식 대신 재료의 본질에 집중한다. 특정 스타일이 유행과 흐름을 주도하기보다는, 소재가 가진 고유한 성질을 어떻게 드러내고 조합할 것인지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는 고급스러운 소재와 미니멀리즘으로 귀결된 글로벌 인테리어 트렌드와도 맥을 함께한다.
‘오래 쓰는 삶’이라는 가치가
선택의 기준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하는 에이징(Aging)은 더이상 가구가 가지고 있는 취약점이 아니다. ‘오래 쓰는 삶’이라는 가치가 선택의 기준이 되며, 원목의 결이나 스틸의 견고함, 패브릭의 촉감처럼 재료 고유의 물성이 디자인의 축이 된다.
철제 구조 모듈 시스템을 만드는 레어로우는 튼튼한 소재에 산업적 디자인과 감성을 동시에 담아냈고, 헤이(HAY)는 모듈형 ‘아만타’ 소파를 선보이며 유연한 확장 구조와 다양한 소재 옵션을 제안했다. 단정한 디자인 안에서 물성과 사용성의 균형을 보이며 과도한 디테일 없이도 완성도 높은 공간을 구현했다. 피아바는 식탁과 소파, 오브제까지 재료에 스민 태도에 집중하며 채우기보다는 ‘남기는 감각’을, 빌라레코드는 다양한 재료 실험을 통해 ’집에서의 시간이 여행의 기억처럼 남는 장면‘을 모토로 가구가 감정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rareraw_official
TREND 2
기술과 감성 사이의 부드러운 균형
기술의 고도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주거 공간에서의 기술은 점점 더 조용해지고 있다.
보여주는 기술에서 스며드는 기술로 자연스러운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기의 질이나 온습도는 자동으로 조절되고, 조명과 가전은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한다.
이번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소개된 스마트 가전 역시도 마찬가지다. 인터페이스는 단순해지고,
기기의 존재감은 낮아졌다. 얼마나 많은 기능을 화려하게 담았는가보다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할 만큼 부드럽고 편안하게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기술을 자랑하기보다는 감성적인 디자인을 통해 공간에 부드럽게 녹아드는 방식이다.
실링팬 전문 브랜드 팬앤코는 한국적인 미를 반영한 디자인에 저소음 모터를 결합해 기능과 오브제적 가치를 동시에 구현했다.
기계의 존재감 대신 조용한 바람과 빛으로 공간을 채운다. 힘펠은 환기 시스템을 통해 실내 공기 질 관리가 건강과 직결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보이지 않는 기술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아고나 일광전구, 루미르 같은 조명 브랜드 역시 빛이 공간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작동하며 편안한 배경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술은 점점 더 성장하지만, 그 작동 방식은 한층 간결해진 셈이다.

©fannco_official





TREND 3
취향이 축적될수록 살아 움직이는 집
획일화된 인테리어는 점차 힘을 잃고 있다.
개인의 취향과 생활 루틴을 반영한 개성 있는 공간 구성을 선호하는 현상 때문이다.
컬러는 더욱 과감해지고, 오브제에는 사사로운 서사가 담긴다.
완성된 결과물로서의 집이 아닌, 공간이 레이어처럼 겹겹이 쌓이며 시간이 흐르는 대로 변화하는 ‘플랫폼’에 가까워졌다.
믹스매치할 수 있는 가구 배치, 취미를 위한 전시형 수납, 새로운 촉감과 취향을 담은 패브릭 등 개인화된 공간을 이루는 다채로운 부스가 전시를 채웠다.
특히 생활 아이템을 소개하는 C홀에 가장 많은 수의 부스가 자리해, 그만큼 다양한 취향의 공존을 증명했다.
©finca_planet
각종 도예, 공예, 목공 브랜드는 물론
매일 쓰는 수건에도
취향과 감각이 확장되었다.
재미있는 패턴과 컬러 패브릭을 만드는 핀카나 웜그레이테일의 제품은 공간에 생동감을 더했고, 천연 소재로 촉감과 사용성을 강조한 그라스 맨션의 침구는 ‘손에 닿는 경험’을 강조했다. 송버드는 식물과 디자인 화분을 결합해 자연을 오브제로 재해석하며 집 안에서의 작은 숲을 제안했다. 취향은 더이상 장식이 아닌 집을 완성하는 주요한 구조가 되고 있다.
TREND 4
공간은 삶의 철학을 담는 그릇
주거 공간은 효율과 실용만을 최우선의 목적으로 하는 단계를 넘어섰다.
이제 공간은 삶의 태도와 방향을 드러내는 도구이자, 더 넓은 의미의 가치를 담는 틀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페어의 기획관과 디자이너초이스 섹션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2026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기획관 ‘시작재’는 흙과 같은 근원적 재료를 주제로 공간의 촉감과 밀도를 되짚었다. 란찌아니, 토로, 머드웍스, PH우진과 같은 흙과 자연을 근간으로 하는 브랜드와 함께 진정성 있는 재료를 통해 깊이 있는 공간감을 보여주었다.
세상에 새로운 것이 많을수록 근원적 재료는 시류에 흔들리지 않으며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 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디자이너스초이스 또한 공간의 태도에 집중했다.
이태원 그래픽과 오월의 종의 건축과 인테리어를, 현대모터스튜디오 식음공간, 신라호텔 한식당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DESIGN STUDIO U.LAB(디자인 스튜디오 유랩)은 ‘무용지용(無用之用)’을 키워드로, 쓸모 중심 설계에 질문을 던졌다. 비워진 공간과 목적이 규정되지 않은 여백은 사유와 감정 정리를 위한 장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INTG(건축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인태그)는 ‘머무름’과 ‘체류’의 감각을 통해 공간을 시간의 축적 경험으로 해석했다.
빠르게 소비되는 공간이 아니라, 오래 머무는 공간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집은 더 많은 것을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공간
2026 서울리빙디자인페어가 보여준 흐름은 분명하다.
집은 더 많은 것을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공간이라는 점.
더 깊어지고, 더 편안하고, 더 분명해지며,
기능의 집합을 넘어 삶의 태도를 담는 구조로 집은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