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일상, 예술이 되다
제10회 ‘DESIGNART TOKYO 2026’

매년 가을이면 도쿄의 거리 곳곳이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으로 바뀐다. 쇼룸과 갤러리, 그리고 평범한 도시 공간까지 디자인과 예술로 물드는 열흘. 일본의 대표 디자인·아트 페스티벌 ‘DESIGNART TOKYO 2026’이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도쿄 9개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10회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해진 축제의 현장을 들여다본다.

#WHAT

걸으며 만나는 전시, '도시 회유형' 페스티벌

OZU, designed by Vico Magistretti – IXC

DESIGNART TOKYO는 2017년, ‘감동의 입구(INTO THE EMOTIONS)’라는 콘셉트로 시작된 디자인·아트 페스티벌이다. 한 곳의 전시장에 작품을 모아두는 대신, 도쿄 곳곳의 쇼룸과 갤러리, 숍을 전시 공간으로 삼아 관람객이 도시를 거닐며 작품을 만나도록 한 ‘도시 회유형’ 방식이 특징이다. 건축과 인테리어, 가구, 패션, 아트까지 장르의 경계도 따로 두지 않는다.

Fushi Sano + Mio Haruhana「BONE VOYAGE」

10회째를 맞은 올해는 세계 13개국에서 약 150팀의 크리에이터와 브랜드가 참여해, 긴자·롯폰기·오모테산도·시부야 등 도쿄 9개 지역 약 70곳에서 전시를 선보인다. 지도 한 장을 들고 동네를 옮겨 다니다 보면, 늘 지나치던 상점가와 골목이 어느새 전시 동선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THEME

올해의 키워드, 마음에 오래 남는 'Hibiki(울림)'

DAIKAN × 130(ONE THIRTY)| FLUX TABLE

올해 디자인아트 도쿄가 내건 테마는 ‘Hibiki(響き, 울림)’다. 사람의 마음에 오래도록 울리는 창작, 그리고 100년 뒤에도 남을 만한 크리에이션이란 무엇인지를 묻는 주제다.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디자인보다, 시간이 지나도 곁에 두고 싶은 물건과 공간에 주목하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 테마 아래 일본의 국내외 크리에이터들은 오감에 닿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적층 알루미늄과 독자적인 프레임 조형을 결합한 테이블, 신진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조명·스툴 프로토타입, 방치된 산림의 목재로 만든 스툴처럼 소재와 이야기를 함께 담은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화려한 기술보다 만든 이의 태도와 시간이 느껴지는 작품이 많다는 점에서, ‘울림’이라는 테마가 전시 전반에 고르게 스며 있다.

이곳의 매력은 ‘무계획’에 있다. 무엇을 사러 가는 곳이라기보다, 쌓인 물건 더미 사이에서 나만의 빈티지 아이템을 우연히 발견하는 재미가 큰 곳이라는 의미다. 한때 중장년층의 쇼핑거리로 여겨지던 동묘 일대는 빈티지 패션을 즐기는 젊은 층부터 해외 관광객까지 두루 찾는 새로운 레트로 명소가 됐다.

#WHERE

차가 달리던 옛 고속도로 위, 메인 회장 'AUTOBAHN'

올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메인 회장이다. 긴자·유라쿠초 일대를 가로지르던 옛 도쿄고속도로 ‘KK선’이 약 4,000㎡ 규모의 전시 공간 ‘AUTOBAHN’으로 탈바꿈했다. 고도성장기 도쿄의 교통을 떠받치던 도로 위에,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ALTEMY가 설계한 가설 건축물이 들어선 것이다.

공간의 콘셉트는 ‘NO LIMIT’. 속도 제한이 없는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처럼,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디자인과 아트를 한자리에 모으겠다는 뜻을 담았다. 차가 달리던 도로 위를 천천히 걸으며 고층 빌딩 숲을 새로운 높이에서 바라보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다가온다. 도시 인프라가 전시장으로 바뀌는 순간, 늘 보던 도시와 공간도 전혀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회장 안에는 전시뿐 아니라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 올해 처음 마련된 마켓 ‘AUTOBAHN – The Design Store’에서는 파리 편집숍 메르시(Merci)의 공동 창업자가 큐레이션한 국내외 크리에이터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고,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PARK & CAFÉ’와 매일 이어지는 토크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낮에는 전시와 쇼핑을, 밤에는 라이브와 토크를 즐기는 식으로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다.

#HOW

도시 곳곳의 거리 전시, 이렇게 즐겨보자

 Keramatian/LIONRUGS

메인 회장 AUTOBAHN은 11월 3일까지 5일간만 운영되지만, 축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도쿄 곳곳의 쇼룸과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는 11월 8일까지 이어진다. 메인 회장을 놓쳤더라도 아직 즐길 거리는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① 입장료 없이 즐기는 동네 산책형 전시 

유료로 운영되는 메인 회장과 달리, 각 지역의 전시는 별도의 입장료 없이 둘러볼 수 있다. 오모테산도·하라주쿠처럼 숍이 밀집한 거리, 롯폰기의 갤러리, 다이칸야마·이케지리의 골목처럼 지역마다 분위기가 다른 만큼, 하루에 모든 곳을 돌기보다 한두 지역을 정해 천천히 걸어보는 편이 축제를 즐기기에 더 좋다.

② 쇼룸과 숍이 곧 전시장

이 축제의 묘미는 작품이 화이트큐브가 아닌 일상의 공간에 놓인다는 점이다. 가구 쇼룸에 설치된 아트워크, 패션 매장 한쪽에 자리 잡은 프로덕트 디자인처럼 상업 공간과 작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작품을 감상하다가 마음에 드는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것도 도시 회유형 페스티벌만의 재미다.

③ 내일의 이름을 먼저 만나는 ‘UNDER 30’

Masaya Konno「Nonexistent trunk」

눈여겨볼 만한 프로그램으로는 30세 이하 신진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UNDER 30’이 있다. 참가비를 면제해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도 국내외 지원자 가운데 5팀이 선정됐다. 일본 아키타현 해안의 소나무재선충 피해로 말라 죽은 소나무의 껍질과 줄기를 이어 붙여 새로운 형태를 만든 작품처럼, 버려진 소재에서 가능성을 찾는 시도가 돋보인다. 앞으로의 디자인 업계를 이끌 이름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④ 공식 지도로 동선 짜기

약 70곳에 이르는 회장은 장소마다 운영 시간과 휴관일이 다르다.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의 지도와 회장별 정보를 확인해 관심 있는 전시 위주로 동선을 짜두면, 짧은 일정에도 알차게 둘러볼 수 있다.

익숙한 거리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법

차가 달리던 고속도로가 전시장이 되고, 무심코 지나치던 쇼룸이 예술 공간이 되는 도쿄의 열흘. DESIGNART TOKYO는 디자인이 특별한 장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걷고 머무는 도시 곳곳에 이미 스며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열 번째 가을을 맞이한 이 축제가 남기는 ‘울림’은 전시가 끝난 뒤에도 익숙한 거리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감각으로 오래 이어질 것이다.

FAQ

Q1. DESIGNART TOKYO는 어떤 행사인가요?

A. 2017년 시작된 일본의 디자인·아트 페스티벌로, 도쿄 곳곳의 쇼룸과 갤러리, 숍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도시 회유형’ 방식이 특징입니다. 건축·인테리어·가구·패션·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올해 10회째를 맞았습니다.

Q2. 올해 DESIGNART TOKYO 2026의 테마는 무엇인가요?

A. 올해의 테마는 ‘Hibiki(울림)’입니다. 사람의 마음에 오래 울리는 창작, 100년 뒤에도 남을 크리에이션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으며, 세계 13개국 약 150팀이 도쿄 9개 지역에서 전시를 선보입니다.

Q3. 메인 회장 ‘AUTOBAHN’은 어떤 곳인가요?

 A. 긴자·유라쿠초 일대의 옛 도쿄고속도로 ‘KK선’을 전시 공간으로 바꾼 메인 회장입니다.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ALTEMY가 설계했으며, 전시와 함께 디자인 마켓, 카페, 토크 프로그램 등이 운영됩니다.

Q4. 메인 회장 운영이 끝난 뒤에도 관람할 수 있나요?

 A. 네. 유료로 운영되는 메인 회장 AUTOBAHN은 11월 3일까지지만, 도쿄 각 지역의 쇼룸과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는 11월 8일까지 이어지며 입장료 없이 관람할 수 있습니다. 회장별 운영 시간과 휴관일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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