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행복한 나를 그리다

편견을 뒤집는 유쾌한 전시, 반도문화재단 문화 프로그램

다이어트, 그 끝없는 반복. 거울 앞에서 매번 다짐하고 매번 무너지는 나날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자신을 미워하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그 몸을 조롱이 아니라 따뜻함으로, 부끄러움이 아니라 유머로 바라보면 어떨까. 남연지 작가의 개인전 《Chubby : Happy Anyway》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 전시다. 8월 8일 개막해 26일까지 반도문화재단 아이비라운지 갤러리를 채우는 이번 전시를 지금 만나러 가본다.

CHAPTER 1.

뚱뚱하다는 것, 그저 형태의 하나일까요?

뚱뚱함이라는 이미지는 시대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때는 부유함과 여유의 상징이었고, 어느 순간에는 게으름과 미련함으로 조롱받는 이미지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비만 치료제와 약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지금, 뚱뚱함은 머지않아 사라질지도 모르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남연지 작가는 이 흐름 속에서 질문을 던진다. ‘뚱뚱한 것은 정말 나쁘기만 한 것일까’. 그 이미지가 품고 있는 따뜻하고 포근한 정서, 그 안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찾아보자고 작가는 제안한다.

남연지 작가는 상명대학교 조형예술학부에서 서양화를, 고려대학교 공학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삼성 제일모직에서 7년간 패션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이랜드와 LF 등 패션 기업을 거치며 시각 언어를 다듬어왔다. 현재는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동시에 유화 작업을 이어가며 ‘Chubby Girl 시리즈를 완성해가고 있다.

id photo | 증명사진, oil on canvas (2025.06)
adolescence | 사춘기, oil on canvas (2026.05)
CHAPTER 2.

진주 목걸이가 말해주는 것: 쳐비걸의 세계를 읽는 법

작가는 다이어트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자신을 닮은 한 여자의 삶을 일상과 음식, 사물을 통해 기록한다. 그 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진주 목걸이는 쳐비걸의 여성성과 허영, 취향, 그리고 눈물을 동시에 상징하는 장치다. 두꺼운 목에 걸려 힘겹게 반짝이거나, 달콤한 디저트와 장난감 사이를 가로지르며 테이블 위에 무심히 놓인 진주 목걸이는 웃음 뒤에 감춰진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무덤덤한 유머로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려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사회의 시선과 보이지 않는 차별이 남아 있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진주가 되고, 쳐비걸은 그 진주를 꿰어 목걸이를 만든다.

Don't look at me like that | 쳐다보지마세요, oil on canvas (2026.06)
Shelter | 나의 피난처, oil on canvas+sewing (2025)

진주 목걸이는 인물의 몸에만 머물지 않는다. Lonley〉 속 유령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부자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그 목에 걸린 것은 화려한 보석이 아니라 소박한 진주 한 줄이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행성에서 홀로 부자연스러운 여유를 부리는 이 장면은, 자족과 외로움이 한 몸이라는 사실을 목걸이 하나로 압축해 보여준다. 한편 〈chubby girl : pil.〉의 테이블 한구석에는 진주알들이 담긴 조가비 접시가 놓여 있다. 알약과 채소, 건강식품 사이에 섞여 있는 이 진주는 더 이상 치장이 아니라, 나이 들어가는 몸을 스스로 다독이며 건강을 챙기는 조용한 다짐처럼 읽힌다. 겉보기엔 밝고 화사하지만, 그 안에는 늙어가는 것에 대한 불안과 혼자 삭이는 걱정이 함께 놓여 있다.

Lonley, oil on canvas+sewing (2026.01) / chubby girl : pil. | 약, oil on canvas (2026.04)
CHAPTER 3.

말 대신 그림으로, 쳐비걸의 화법을 따라 그리는 시간

전시장을 채운 작품들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지극히 사소한 하루하루를 담고 있다. 도넛과 고양이와 함께 뒹구는 나른한 오후, 아이의 생일 케이크 앞에서 다이어트를 잠시 미뤄두는 순간, 혼자만의 방에서 느끼는 안식. 작가는 이 소소한 장면들 속에서 유머러스하면서도 포근하고 따뜻한 쳐비걸의 하루하루를 따라간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작가가 SNS와 대중문화의 문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끌어오는 지점이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패러디한 〈instagram : HBD feed〉는 다이어트 중이라 작은 컵케이크를 골랐음에도 결국 단것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식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핼러윈 소동을 담은 〈the Great Halloween disaster〉는 아이들 틈에서도 양보란 모르는 어른의 능청스러운 모습을 그린다. 익숙한 소재를 빌려오되, 그 안에 항상있는 그대로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슬쩍 얹어두는 것이 이 시리즈의 화법이다.

instagram : HBD feed | 뚱뚱한 나의 인스타그램, oil on canvas+sewing (2025.10)
the Great Halloween disaster | 할로윈의 대참사
/ 50F / oil on canvas (2026.02)

이처럼 쳐비걸은 표정과 옷차림, 곁에 놓인 소품들로 자신의 하루와 감정을 드러낸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표현의 방식은 낯설지 않다. 좋아하는 캐릭터에게 직접 옷을 그려 입히고, 그 옷차림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보는 놀이는 그림 속 쳐비걸이 소품으로 자신을 말하듯, 아이들이 종이 인형으로 자신을 말해보는 경험이 된다.

전시 기간 중인 8 16일 일요일(오전 11, 오후 2)에는 부모와 초등고(4~6학년) 자녀가 함께하는 전시연계 아트클래스 <종이인형에 옷 그려 입히기나만의 페이퍼 돌 디자인‘> 체험도 운영한다.

  • 프로그램 :   <종이 인형에 옷 그려 입히기 ‘나만의 페이퍼 돌 디자인’> 체험 (총 2회)
  • 신청대상 :   초등고(4~6학년) 자녀 1 & 부모 1 (5가정 / 2 / 20)
  • 진행일시 :   2026 8 16() 오전 11(1) / 오후 2(2), 아이비 라운지 다목적실
  • 신청 기간 :  8 7() ~ 8 10()
  • 선정 발표 :  8월 11() 재단 홈페이지 및 선정자 개별 연락
CHAPTER 4.

7월의 반도아트夜, 시와 카드로 나를 만나는 시간

지난 7 28, 반도문화재단 아이비라운지에서는 7월의 반도아트夜 〈마음산책 힐링 북토크〉가 열렸다. 시선집 『가끔은 혼자여도 괜찮아』의 저자 김정애 작가를 초청해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에는 성인 10명이 함께해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1시와 함께하는 마음 산책에서는 작가가 선정한 시 3~4편을 함께 낭독하며 시 속 글귀로 지금의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들이 직접 시를 낭독하고 공감을 나누는 동안, 김정애 작가는 시집에 담긴 자신의 이야기와 치유의 과정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어진 2이너액티브 카드 워크숍에서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직관적인 그림으로 풀어내는 심리상담 도구, 이너액티브 카드(Inner Active Cards)를 활용했다. 참여자들은 미리 뽑아 둔 카드로 지금의 감정 상태를 확인하고, 요즘 자신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탐색했다. 이어 펼쳐진 격려 카드 중에서 지금 가장 듣고 싶은 말, 혹은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한 장씩 골라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마지막 3부에서는 오늘 가장 마음에 남은 시 구절이나 카드 이미지를 나누고, 집에 돌아가 실천할나를 위한 한 가지를 함께 이야기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일방적인 강연이 아닌 소그룹 나눔 형식으로 인원을 10명으로 제한해 집중과 경청의 분위기 속에서 운영된 이 자리에서는, 참여자 전원에게 작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시집이 증정됐다.

반도아트夜는 예술가와 지역 주민의 재능을 연결하는 공감형 문화 프로그램으로,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저녁 반도문화재단 아이비라운지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문화 대중화를 위해 예술가와 시민들의 재능을 함께 나누는 이 자리는 다음 달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8월의 반도아트夜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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