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디테일로 주거의 가치를 높이다

ANU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 류재섭 부사장

주거의 선택지가 넘쳐나는 시대, 진짜 좋은 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를 설계한 류재섭 부사장은 “좋은 주거는 ‘왜 꼭 이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건축적 답변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층고를 1cm라도 더 높이기 위해 설비 구조를 재배치하고, 주차장에서 현관까지의 동선에서 프라이버시를 지켜내는 집요한 디테일. 그것이 거주자로 하여금 ‘이 공간이 나를 세심하게 존중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CHAPTER 1.

도시적 맥락부터 프라이버시까지, 삶의 품격을 만드는 주거의 기준

Q 안녕하세요, 류재섭 부사장님. 반도건설의 첫 프리미엄 아파트 단지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시죠. 오늘날 아파트 시장에서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리는 것 같은데요. 설계자의 시선에서 이러한 트렌드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현재 아파트 시장은 단순한 브랜드 네이밍의 경쟁을 넘어, 주거 가치가 완전히 재편되는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했습니다. 과거에는 주거의 고급화가 고가의 마감재와 하드웨어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공간에서 경험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죠. 누구나 동경하지만 아무나 소유할 수 없는 희소성,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까지 완벽히 차별화된 공간디자인을 지향하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말씀하신 희소성을 포함해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차별화된 주거를 만드는 요소들이 더 있을까요?

차별화된 주거는 ‘대체 불가능한 서사’의 유무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지형에서만 허락되는 조망이나 땅의 역사성을 건축 언어로 치밀하게 해석해내야 합니다. ‘왜 꼭 이곳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증명해야 하는데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가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단지는 한강을 단순한 ‘뷰’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방적 통로와 시각적 통경축을 통해 한강의 공공성을 건축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저층과 고층이 어우러진 스카이라인 계획까지, 도시적 맥락 전체를 읽어낸 건축적 응답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디테일의 집요함’입니다. 진짜 명품의 가치는 눈에 띄는 화려함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완성도에서 결정됩니다. 층고를 단 10cm라도 더 높이기 위해 설비 구조를 완전히 재배치하고, 주차장에서 현관을 오가는 동선에서 프라이버시를 완벽히 지켜내는 등, 공간에 집요한 디테일이 쌓였을 때 비로소 거주자는 집이라는 공간이 자신을 세심하게 존중하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동선 프라이버시의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는 파주 운정역세권에 자리한 힐스테이트 더 운정입니다. 이 단지는 고급 주거 공간과 풍부한 상업시설이 결합된 복합 개발임에도 불구하고, 주거 동선과 상업 동선을 철저히 분리하는 설계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편의성과 프라이버시가 충돌할 수 있는 구조적 딜레마 앞에서, 입주자의 일상이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동선 체계를 근본부터 재설계한 것입니다.

마지막 기준은 ‘지속가능성’입니다. 반짝 유행했다 사라지는 디자인보다는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가 깊어지는 숙성된 헤리티지를 지향해야 합니다.

Q 헤리티지가 차별화된 주거를 만든다고 말씀하셨는데, 아파트는 시대마다 그 모습과 가치가 빠르게 바뀌어 온 공간이기도 합니다. 2026년 주거 트렌드의 핵심과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그리고 급변하는 트렌드에 대해 프리미엄 주거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요?

아파트는 거주자의 다채로운 ‘라이프 스펙트럼’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개인 맞춤형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는 여러 배경에서 비롯됩니다. 먼저, 자산과 자립성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가 늘어난 초고령 사회가 본격화되는 영향이 있습니다. AI와 로보틱스가 일상 깊숙이 들어오면서 주거 환경이 빠르게 스마트화되는 중이고요. 동시에 급등한 공사비의 제약 속에서 소유보다 공간의 시간적 효용성을 극대화하려는 가치관이 확산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금 그리고 미래의 하이엔드 주거가 지향해야 할 궁극의 가치는 변함없는 것 같아요. 거주자의 정서적 안정감을 정교하게 해석해 주거공간에 유기적으로 반응하도록 구현하는 것이 시대를 관통하는 주거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CHAPTER 2.

협업과 신뢰로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어나가다

Q 주거 가치를 공간으로 풀어내는 설계 과정에서 어떤 고민과 접근이 이뤄지는지 들려주세요.

우리는 인간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 첫 번째 호흡의 밀도부터, 가장 깊숙한 침실에까지의 모든 삶의 궤적과 시간적 찰나에 주목합니다. 집 안에서의 모든 동선과 시선은 하루의 온전한 시작과 내밀한 마무리를 경건하게 담아내는 한 편의 정교한 미장센이어야 하고요. 따라서 안정감과 편안함을 설계의 중요한 가치로 둡니다.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건축이라는 물리적 실체로 변환할 때, 설계 참여진들은 거주자에게 어떤 공간이 더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치열하게 토론합니다. 디테일 영역에서는 타협하지 않습니다. 경관을 어떻게 끌어들일지, 소음을 어떻게 차단할지, 거주자의 안전과 공간 효율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바탕에 두고,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의 견고함’과 피부로 느끼는 ‘소프트웨어의 섬세함’을 하나로 결합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공간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Q 좋은 단지를 실제로 완성하기 위해 시행사·시공사·설계사의 파트너십은 어떠해야 할까요?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반도건설과의 협업 중 인상 깊었던 점도 궁금합니다.

‘명품 단지’를 구현해 내기 위해서는 시행사·시공사·설계사가 비즈니스 파트너를 뛰어넘어, ‘거주자의 실존적 행복’이라는 단일한 지향점을 향한 공동체가 돼야 합니다. 시행사는 설계자가 제안한 거주 가치와 미학적 가치를 끝까지 보호하고, 시공사는 도면을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공간의 디테일과 완성도가 1%도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하죠.

반도건설과 함께한 지난 10여 년은 치열한 여정이었던 동시에, 끈끈한 파트너십과 단단한 신뢰를 쌓아 올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반도건설의 가장 큰 강점은 ‘신속한 판단력과 과감한 추진력’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긴밀한 피드백과 새벽까지 이어진 밤샘 작업 속에서 세종 반도유보라·동탄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김포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등의 주상복합이 탄생했죠. 그리고 마침내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에 이르기까지 주상복합의 공간 완성도를 끊임없이 높여가며 한층 더 발전된 설계를 완성할 수 있었기에 저에게는 이 모든 결실이 값지게 느껴집니다.

CHAPTER 3.

일산 호수공원과 생활의 편리함으로 삶의 질을 높이다 -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

Q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에 이르러서 주상복합 아파트의 공간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고 하셨는데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어디에 중점을 두셨나요?

이제는 건물 외관만 번지르르한

주상복합 아파트의 시대는 끝났다고 봅니다.

2000년대 초반의 주상복합 아파트들은 도심 한가운데에 멋진 통유리 빌딩으로 지어져 보기에는 그럴싸 했지만, 주거 환경은 많이 불편했습니다. 상가 방문객과 거주자의 동선이 겹쳐 사생활을 침해받기도 하고, 통유리 구조라 창문이 제대로 안 열려서 환기가 어려웠죠. 저는 2013년부터 반도건설과 인연을 맺고 세종 반도유보라와 동탄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의 설계에 참여하며 ‘기존 주상복합의 불편함을 깨고, 편리한 주거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습니다. 반도건설 설계팀과 저희는 주거공간과 상업시설의 동선을 구분하고, 주상복합인데도 일반 아파트처럼 바람이 시원하게 통하는 맞통풍 평면을 적용했습니다. 그렇게 채광과 환기를 극대화하면서 주상복합의 고질적인 문제를 하나씩 풀어갔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한 단계 더 진화한, 이른바 ‘하이퍼 아파트 단지’라고 생각합니다. 배치(조닝)나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 동선이 예전보다 훨씬 더 정교해졌습니다.

Q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는 일산호수공원이라는 자연과 도시 인프라가 어우러진 곳에 자리합니다. 이러한 입지는 설계에 어떻게 반영됐나요?  

집 안에 호수공원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설계와 조경 계획을 통해 마치 휴양지에 머무는 듯한 일상(Urban Resort)을 선사하고자 했습니다.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는 일산호수공원의 독보적 랜드마크로서, 특히 호수 수면에 비칠 건물 실루엣까지 세밀하게 고려해 외관을 디자인했습니다. 밤이 되면 건물 조명은 한강과 자유로, 호수공원을 은은하게 밝히며 어디서나 시선이 머무는 아름다운 ‘도시의 등대’가 됩니다.

아울러 외식, 쇼핑, 문화 등을 단지 내에서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몰인 ‘시간(時間)’은 저층부의 광장을 통해 호수공원 녹지를 단지 안팎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줍니다. 쇼핑 공간 중앙부의 선큰은 지하와 지상을 매끄럽게 이어주며 날씨에 구애 받지 않는 열린 여유를 선사합니다. 이 덕분에, 입주민은 단지 안에서 산책하거나 조깅하는 등 다양한 야외 생활을 즐길 수 있습니다.

Q 주거 환경에 있어 기존 주상복합과 차별화된 경험을 위해 고민한 부분은요?

안정감 있는 주거 환경과 일상의 여유를 뒷받침하는 핵심은 완벽한 프라이버시에 있습니다.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는 기존 주상복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거공간과 상업공간의 동선을 철저히 분리했습니다. 로비형 동출입구는 최고급 마감재를 적용해 고급스러운 첫인상을 완성하죠. 집 안으로 들어오면 현관에서 팬트리, 주방, 안방으로 동선이 물 흐르듯 이어집니다. 이 순환형 동선은 가사 효율을 넘어 삶의 우아한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거실과 안방에서는 호수공원의 풍경이 창문에 액자처럼 걸려 사계절 변화를 일상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CHAPTER 4.

프라이빗하게 누리는 소셜 특화 커뮤니티, 아넥스 클럽

Q 아파트 단지에서 커뮤니티 시설은 한때 ‘있으면 좋은 것’이었지만, 이제는 단지의 격을 결정짓는 강력한 요소가 됐는데요. 설계자로서 커뮤니티 시설을 어떻게 해석하고 공간으로 풀어내셨나요?

설계자의 경험적 사고에서 커뮤니티 시설은 단순히 아파트 내 부속 기능이 아닌, 집이라는 개인 공간과 단지라는 공용 공간의 경계를 부드럽게 허물어 이웃과 건강한 관계를 맺어가는 ‘입주민 모두의 중심 공간’입니다. 설계적으로는 세 가지를 핵심으로 봅니다. 첫째는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열린 접근성, 둘째는 자연스러운 마주침을 유도하는 동선의 흐름, 셋째는 단순 운동·여가를 넘어 일상의 사교와 문화가 일어나는 프로그램의 다양성입니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커뮤니티 시설은 비로소 명품 단지의 상징성과 입주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공간이 됩니다.

아파트를 설계할 때 가장 고심하는 부분 중 하나가 커뮤니티 시설 배치입니다. 어디에 계획하느냐에 따라 단지 전체의 균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 아넥스 클럽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에서는 입주민의 동선과 이용 빈도를 면밀히 분석해 커뮤니티 시설을 접근성이 좋은 곳에 배치했습니다. 어느 세대에서든 커뮤니티 시설을 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운영·관리 효율도 함께 높이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프라임 커뮤니티 ‘아넥스 클럽’입니다. 실내 스포츠 코트를 러닝트랙이 둘러싸는 구조의 다목적 실내체육관을 비롯해, 쿠킹스튜디오&파티룸, 비즈니스룸 등 소셜 특화시설까지 갖춘 이 공간은, 건강한 신체 활동과 일상적 사교가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됐습니다. 입주민이 운동을 마치고 카페테리아에서 이웃과 대화를 나누고, 쿠킹스튜디오에서 함께 요리하며 유대를 쌓는 것. 그 흐름 자체를 동선으로 설계한 것입니다. 커뮤니티 시설의 진짜 역할은 공간의 스펙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입주민 입장에서는 아넥스 클럽을 통해 어떤 일상을 누릴 있을까요?

아넥스 클럽은 입주민끼리 프라이빗하게 누리며 소통할 수 있는 카이브 유보라만의 프라임 커뮤니티입니다. 아넥스 클럽 내 다목적 실내체육관에서 입주민은 날씨에 상관없이 실내 러닝 트랙을 달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휘트니스센터나 실내골프연습장, 탁구장 등에서도 건강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어요. 쿠킹스튜디오 & 파티룸에서는 함께 요리하며 소규모 파티를 즐기고, 라운지에서는 이웃과 편하게 담소를 나누거나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좋은 집을 기다리고 계신 모든 분께 설계자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집은 결국 일상을 단단하게 지탱해 주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거실창 너머의 풍경, 산책길에서 느껴지는 계절감, 커뮤니티에서 마주치는 이웃과의 유대감처럼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경험이 충만한 집은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분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완성해 줄 것입니다.

류재섭 부사장의

Master's View

안에서의 모든 동선과 시선은 하루의 온전한 시작과 내밀한 마무리를 경건하게 담아내는 편의 정교한 미장센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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