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탐색하며 공존을 그리다
소원은 단 하나, 그것은 ‘행복’이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곧 또 다른 질문을 불러왔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의 과정에서 작가는 진정한 행복이란 결코 혼자서는 완성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둘러싼 사회, 그리고 자연이 함께 건강하고 평온해야 한다는 인식은 관계와 공존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졌다. 2010년 에코토피아(Ecotopia) 시리즈를 시작으로 자연과의 관계를 작품에 담아온 시혜진 작가는, 2023년부터 유기체(Organism) 시리즈를 추가하며 나와 타자,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를 유기체적 방식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하나의 소원이 열어놓은 세계
작품들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를 분리된 존재가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계 속에서 함께 형성되어가는 존재로 바라본다.
화면 위의 유기적 형상과 반복되는 패턴, 서로 얽힌 구조들은 생명체 간의 상호작용을 상징한다. 각각의 요소는 독립적이면서도 동시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생명 네트워크를 이룬다.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된 한지는 ‘지천년 견오백(紙千年 絹五百)’이라 일컬어질 만큼 강한 내구성을 지니면서도, 물에 닿는 순간 한없이 여리고 부드러워지는 재료다. 그 이중성은 작가가 탐색하는 공존의 감각과 조용히 맞닿아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나 혼자 행복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 나를 둘러싼 환경, 더 나아가 자연이 편안할 때 나도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예요.
사유의 확장으로 그려내는 새로운 세계의 상상도
미술학 박사 서영옥은 시혜진 작가의 회화를 “‘관계’에 대한 사유의 확장”이 바탕이 된 작업이라 평한다. 간결하고 고요한 화면은 오래 머물러 볼수록 평화로운 느낌을 자아내며,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히 쌓인 유화물감의 겹침이 깊이감을 더한다.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담백한 색감과 절제된 형태,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유지하는 붓 터치는 작가의 심층 깊은 곳에 자리한 에코토피아의 함축을 시각화한다. 평론가는 곰브리치의 말을 빌려 이 작품들이 “작가와 관찰자가 일련의 협정을 공유할 때 비로소 이해된다”고 말하며, 전대미문의 위기와 전환의 갈림길에 선 오늘의 현실 속에서 이 상상도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고 덧붙인다.
그림책과 함께한 5월의 반도아트夜
5월 26일 화요일 저녁, 반도문화재단 아이비라운지에서 반도아트夜 강연이 열렸다. 서울 독서교육연구회 소속 구지현 사서가 그림책 『우리과자 왕중왕전』을 펼쳐 들고 아이비라운지를 찾았다. 이날 프로그램은 총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한국 전래동화 「냄새 맡은 값」으로 문을 열고, 그림책 『우리과자 왕중왕전』, 라오스 옛이야기를 담은 『일년에 아홉 마리 어흥 어흥』까지 이어졌다. 초등 1~3학년 어린이와 부모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듣고, 노래를 함께 부르고, 퀴즈를 맞히며 책 속 세계를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 흘렀다. 듣는 강의가 아닌, 함께 완성해가는 따뜻한 현장이었다.
반도문화재단은 예술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맞닿는 자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갤러리에서의 조용한 사유도,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따뜻한 밤도 모두 같은 방향으로 향한다. 문화가 특별한 누군가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상 속에 스며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있는 반도문화재단. 앞으로도 반도문화재단 아이비라운지에서 선보일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