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로 읽는 세계 정원 트렌드

첼시플라워쇼·싱가포르 가든페스티벌·뉴욕 하이라인까지, 지금 도시들이 정원을 선택하는 이유
기업가든(클리오의 ‘케이뷰티 가든’)

흔히 정원을 떠올릴 때, 우리는 조용하고 정적인 공간을 상상한다. 도시 외곽의 수목원, 공원 한켠의 화단, 혹은 주말 나들이 목적지 정도.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세계의 도시들이 정원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런던, 싱가포르, 뉴욕이 각자의 방식으로 정원을 도시 전략의 언어로 선택했고, 지금 그 흐름은 대한민국 서울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서울이 정원이 되는 180일,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서울숲과 성수, 뚝섬을 잇는 9만㎡ 부지에 167개의 정원을 펼쳐놓은 국내 최대 규모의 정원 문화 행사다. 올해의 주제는 ‘Seoul, Green Culture’. 국내외 조경 디자이너의 작가정원부터 기업과 지자체가 조성한 정원, 시민이 직접 가꾼 공간까지 정원을 만드는 주체도, 정원이 말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그 다양함이 한 공간 안에 공존한다는 것 자체가 이 박람회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 5월 1일 개막해 오는 10월 27일까지 이어지는 180일간의 이 행사는 지금 한창 진행 중이다. 입장은 무료로, 정원 도슨트 투어와 서울숲-성수를 잇는 연계 산책 코스도 함께 운영된다. 무엇보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의 매력은 ‘한 번 보고 끝나는 공간’이 아니라는 데 있다. 여름의 짙은 녹음 속 정원과 가을빛으로 물드는 정원은 전혀 다른 풍경이 된다. 아직 4개월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더 가볼 이유가 충분하다.

좌측 기업가든(SK텔레콤의 ‘책 잇는 숲’), 우측 캐릭터팝업정원(카카오의 ‘페어리 프렌즈 가든’)

“올해 박람회에서 가장 뚜렷하게 읽히는

정원 트렌드는 크게 세 가지다.”

도시 연결형 정원

정원이 ‘이동의 경로’가 된다. 서울숲-성수-뚝섬을 하나로 잇는 이번 박람회의 동선 자체가 그 철학을 잘 담고 있다. 공원과 도시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일상의 보행 반경 안에 녹지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기후 대응·생태 회복형 정원

자생식물 중심의 식재, 빗물 순환 시스템, 탄소 저감을 고려한 토양 설계까지, 정원이 환경 문제에 직접 응답하는 인프라로 기능한다. 보기 좋은 정원이 아니라 ‘기능하는 정원’이다.

국립생태원이 산불 피해목을 활용해 조성한 ‘생태정원’

브랜드 경험형 정원

무신사의 ‘브릭 가든’, 포르쉐코리아의 ‘드림서킷’처럼 기업이 정원을 브랜드 세계관을 전달하는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시나 팝업을 넘어, 자연과 감각을 결합한 몰입형 브랜드 경험이 정원이라는 형식 안에서 새롭게 펼쳐지고 있다.

기업가든(좌측 무신사의 ‘브릭 가든’, 우측 포르쉐코리아의 ‘드림서킷’)

정원을 선택한 세계의 도시들

차례대로 런던, 싱가포르, 뉴욕

CITY 1 – LONDON

정원이 트렌드의 언어가 되는 , 첼시플라워쇼

매년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첼시플라워쇼는 영국 왕립원예협회(RHS)가 주관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정원 박람회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행사는 단순한 꽃 전시가 아니다. 세계 각국의 조경 디자이너들이 한 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무대이자, 그해 정원 디자인의 흐름과 방향을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다. 프리즈가 동시대 미술의 온도를 보여주고 리빙디자인페어가 공간 디자인의 방향을 제시하듯, 첼시플라워쇼는 정원 문화의 최전선에서 시대의 감각을 읽어낸다.

첼시플라워쇼 @the_rhs

최근 수년간 첼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는 ‘와일드 가든’과 ‘기후 대응 식재’다. 정돈된 화단과 기하학적 배치 대신 자생식물과 비정형 구성을 택하고, 재활용 소재를 조경에 적극 활용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완벽하게 통제된 아름다움보다 생태적으로 자연스러운 공간을 지향하는 것이다. 정원이 심미적 오브제를 넘어 시대의 태도와 철학을 담는 언어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CITY 2 – SINGAPORE 

도시 전체가 정원이 되다, 싱가포르 가든 페스티벌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설계한 나라다. ‘가든 시티’를 넘어 ‘시티 인 어 가든(City in a Garden)’을 선언한 이후, 싱가포르 가든 페스티벌은 그 철학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행사가 됐다. 격년으로 열리는 이 행사는 세계 각국의 조경 디자이너와 플로리스트가 한자리에 모여 정원 예술의 최전선을 겨루는 무대이기도 하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2026 싱가포르 가든 페스티벌은 오는 7월 4일부터 12일까지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Carnival of Blooms’를 주제로 열린다.

싱가포르가 이 행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원을 탄소 저감, 열섬 완화,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한 도시 생태 인프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싱가포르의 정원 정책은 미화 수단이 아닌 도시 생존 전략에 가깝다. 녹지가 도시의 기후 탄력성을 높이고 시민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도시 설계 전반에 깔려 있는 것이다.

CITY 3 – NEW YORK

정원이 도시를 재생하다, 뉴욕 하이라인

뉴욕 하이라인은 1980년대 이후 방치된 폐화물철도를 공중 정원으로 전환한 프로젝트다. 맨해튼 서쪽,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서 34번가까지 이어지는 약 2.3km의 이 고가 공원은 조경 디자이너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 건축 스튜디오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 그리고 세계적인 식재 디자이너 피에트 아우돌프가 함께 설계했다. 2009년 첫 구간이 개장한 이후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뉴욕의 대표 명소가 됐으며, 주변 첼시 지역의 부동산 가치 상승과 문화 상권 형성을 이끌었다. 하이라인이 증명한 것은 버려진 도시 인프라가 정원이라는 언어를 만났을 때, 단순한 공원을 넘어 도시의 경제적·문화적 지형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highlinenyc

이 흐름은 대서양 건너 파리에서 이미 먼저 시작됐다. 1993년 완공된 프롬나드 플랑테는 바스티유와 뱅센을 잇던 폐철로를 4.7km의 고가 녹지 산책로로 탈바꿈시킨 세계 최초의 고가 정원이다. 하이라인보다 16년 앞서 ‘버려진 것을 정원으로’라는 도시재생의 문법을 처음 써 내려간 곳이기도 하다. 이후 전 세계 도시들이 유사한 방식의 정원형 재생 프로젝트를 앞다퉈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런던이 정원으로 트렌드를 선언하고, 싱가포르가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설계하고, 뉴욕과 파리가 버려진 철로를 문화의 중심으로 되살리는 동안 세계는 이미 정원이 얼마나 강력한 언어인지를 증명해버렸다. 정원은 지금 가장 뜨거운 도시의 언어이자, 도시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선택하는 전략이 됐다.

왜 지금 전 세계가 정원에 주목하는지 그 답이 궁금하다면, 멀리 갈 필요 없다. 지금 서울숲으로 가면 된다.

[ 기사 핵심만 읽기]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서울숲·성수·뚝섬 일대 9만㎡ 부지에서 2026년 5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무료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정원 문화 행사다. 올해 주제는 ‘Seoul, Green Culture’로, 국내외 조경 디자이너의 작가정원부터 기업정원, 시민정원까지 총 167개의 정원이 한 공간에 펼쳐진다. 런던 첼시플라워쇼, 싱가포르 가든 페스티벌, 뉴욕 하이라인까지 전 세계 도시들이 정원을 도시 전략의 핵심 언어로 선택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역시 그 흐름의 중심에 서 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어디서 언제까지 있나요?

서울숲·성수·뚝섬 일대 9만㎡ 부지에서 2026년 5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180일간 운영됩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정원 도슨트 투어와 서울숲-성수를 잇는 연계 산책 코스도 함께 운영됩니다. 같은 공간도 여름의 녹음과 가을빛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에, 계절을 달리해 여러 번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Q. 첼시플라워쇼와 싱가포르 가든 페스티벌은 어떤 행사인가요?

첼시플라워쇼는 매년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정원 박람회로, 영국 왕립원예협회(RHS)가 주관하며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그해 정원 디자인의 흐름을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는 행사로, 조경 디자인계의 바로미터로 불립니다. 싱가포르 가든 페스티벌은 격년으로 열리는 국제 정원 행사로, 2026년은 10회를 맞아 7월 4일부터 12일까지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Carnival of Blooms’를 주제로 개최됩니다.

Q. 뉴욕 하이라인은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로 꼽히나요?

하이라인은 1980년대 이후 방치된 맨해튼의 폐화물철도를 약 2.3km의 공중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프로젝트입니다. 2009년 개장 이후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뉴욕의 명소가 됐을 뿐 아니라, 주변 첼시 지역의 부동산 가치 상승과 문화 상권 형성을 이끌며 정원이 도시의 경제적·문화적 지형까지 바꿀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가 1993년 세계 최초의 고가 정원을 선보이며 이 흐름의 시작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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