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소비에서 경험으로, 상환경이 나아갈 길
Q 안녕하세요. 간략한 본인 소개와 함께 JEDI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메다 타카오 대표
JEDI는 일본, 한국, 중국을 중심으로 상업 개발 관련 시장 조사와 사업 기획, 마스터플랜, 상환경 디자인 등의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입니다. 서울 영등포에 오픈한 대규모 복합상업시설 ‘경방 타임스퀘어’(이하 타임스퀘어)를 계기로 2010년에 설립됐어요. 저는 2005년부터 타임스퀘어의 상환경 디자인 업무의 주 담당자로서 전체 콘셉트 수립부터 공간 계획, 디자인 조정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JEDI의 모회사인 주식회사 경방의 장기적인 도시 개발 관점과 상업시설 조성 철학에 공감하며 JEDI의 창립 멤버로서 회사 설립에 참여했죠.
JEDI는 단순히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과 시장의 특성, 시설 사업성, 이용자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업시설 전체를 구상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최근에는 일본과 한국, 중국의 브랜드 및 테넌트 소개, 3D 비주얼화를 통한 계획의 가시화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 기획과 디자인, 사업과 공간을 연결하는 것이 JEDI의 특징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민주 주재원
JEDI에서 2019년도부터 한국 주재 담당자로 함께하고 있는 김민주입니다. 과거 인테리어 디자인 업계에 있던 당시, 단일 매장을 넘어 더 넓은 범위의 상환경에 관심이 생겨 대학원에서 상환경 디자인을 공부한 뒤 JEDI에 합류했어요. 설계팀 소속으로 설계도 하고 있으며, 주재원으로서 한국과 일본 양사의 요청 사항, 과제, 의견 등을 조율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Q JEDI는 15년 이상 상환경 분야를 다뤄왔죠. 디지털 시대에 소비 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상업공간의 역할 또한 달라졌는데, 상환경 전문가로서 몸소 체감한 그 변천 과정을 듣고싶어요.
우메다 타카오 대표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비교하며 구매하는 일이 당연해지면서 오프라인 상업공간은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장소에서, 온라인에서는 얻을 수 없는 체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장소로 크게 변화해왔습니다. 또한 SNS 보급으로 이제 상업공간은 그곳을 방문한 사람에게만 국한된 공간이 아니게 됐습니다. 상업시설에서의 경험과 인상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공유되며 온라인상에서 새로운 방문 동기를 창출하고 있죠. 따라서 디지털과 오프라인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적으로 사람을 끌어모으고 시설이나 브랜드와의 관계를 심화시키는 존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CHAPTER 2.
한중일을 넘나들며 상환경을 기획하는 원칙
Q JEDI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중국에서도 상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여러 프로젝트와 각국의 시장을 관통하는 JEDI만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우메다 타카오 대표
JEDI는 처음부터 특정 디자인 양식이나 표현 방식을 정해두지 않아요. 그보다 먼저 그 장소에서 ‘누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를 살핍니다. 상업시설에는 입지, 마켓, 이용자, 사업자, 브랜드, 지역 사회 같은 다양한 요소가 얽혀 있잖아요. 저희는 이 조건들을 먼저 조사하고 시설의 역할을 명확히 한 다음, 콘셉트와 공간 구성, 동선, 상환경 디자인을 그려나갑니다. 디자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상업 비즈니스와 지역이 안고 있는 과제를 푸는 수단인 셈이죠.
예를 들어 일본 시가현 히코네시의 ‘비바시티 히코네’ 리뉴얼이 그런 사례예요. 히코네시는 비와코 호수 동쪽을 대표하는 거점도시로, 게이한신(교토·오사카·고베) 쪽 교통도 편리하지만 제조업 기반의 산업·고용 기지도 갖추고 있어 직주 근접성이 좋습니다. 그냥 베드타운이 아니라 유자녀 가구를 포함해 다양한 세대가 사는 동네죠. 1996년 문을 연 비바시티 히코네는, 시가현을 중심으로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헤이와도의 대표 시설이에요.
2020년부터 시작한 대규모 리뉴얼에서는, 지역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장점은 살리되 낡고 어두워진 인상은 새롭게 바꾸는 게 핵심 과제였어요. MD 개편에 맞춰 누구나 알기 쉽고 돌아다니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했고요. 연면적이 9만 6천㎡가 넘는 큰 시설이라, 리뉴얼 콘셉트는 ‘Parks in the city – 활기와 쉼이 있는 산책 공간 -‘으로 잡았습니다. 공원을 산책하듯 시설을 둘러보면서 쇼핑뿐 아니라 휴식과 교류까지 즐길 수 있게 하자는 목표였죠.
이걸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 메인 몰의 ‘마르쉐 존’입니다. 오픈 때부터 있던 야자수를 걷어내고, 주변 식품 매장과 식음 테넌트에서 산 음식을 그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공간으로 바꿨어요. 덕분에 ‘사고, 먹고, 쉬는‘ 흐름을 한 공간에서 누릴 수 있게 됐고, 지금도 마르쉐 존엔 사람들이 모여 식사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이 체류 공간이 메인 몰은 물론 시설 전체에 계속 활기를 불어넣는 차별점이 됐다고 봐요.
중국에서는 닝보의 상업·호텔 복합시설 ‘해항성‘도 있어요. 이름은 실제 항구 입지가 아니라 개발사인 해항성치업(海港城置業)의 사명에서 따온 거라, 선원을 주요 이용객으로 상정한 시설은 아니었습니다. 계획지는 도로 등 기반시설과 주택 개발이 함께 진행되던 닝보 신개발 지역이었고, 그래서 새롭게 이 동네에서 살기 시작한 영 패밀리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잡았어요. 마트·영화관·KTV·대형 편집숍 등 이미 입점이 결정된 테넌트들을 잘 엮어, 회유성과 체류성을 높이는 커뮤니티 몰로 그려나갔습니다.
시설 전체 방향성은 ‘The Life Assemble Garden’, 상환경 디자인 콘셉트는 ‘Harbour Garden – 항구의 정원 -‘으로 잡았어요. 이름에서 연상되는 항구를, 사람들이 모여 편안히 머무는 ‘생활의 항구‘로 재해석해서 데크 공원 같은 개방적이고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만 실제로 바다에 접한 부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배나 닻처럼 항구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바람·수면·데크의 느낌을 목조와 베이지 톤 소재, 이어지는 간접조명과 따뜻한 색온도, 바닥과 천장의 완만한 곡선으로 은은하게 풀어냈어요. 중앙 플라자는 사람들이 모이고 각자의 목적지로 흩어지는 ‘출발항이자 도착항‘에 비유해 식재와 벤치를 두었고요.
그렇게 해항성은 그냥 지나치는 쇼핑 공간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쉬고 교류하는 ‘정원 같은 상업 공간‘으로 완성됐습니다. 2016년 ‘중국 체험형 상업 부동산 발전 포럼‘에서 ‘중국 최고의 체험형 쇼핑센터‘로 뽑히기도 했고요.
이처럼 세심하게 파악한 지역 특성과 이용자의 생활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연결하는 철학은 JEDI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Q 한중일을 관통하는 공통된 태도가 오히려 각 지역에 맞는 상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한 셈이네요.
우메다 타카오 대표
한국, 중국, 일본은 상업 개발의 속도나 소비자 취향, 시설 조성 방식에 차이가 있어요. 따라서 어떤 나라에서 성공한 공간이나 스킴을 그대로 다른 나라에 도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고는 할 수 없죠. 각 국가와 각 지역의 문화와 시장을 존중하면서 프로젝트가 지닌 본연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공간으로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JEDI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이해하면서도 지역에 걸맞은 해답을 찾고, 기획–사업–디자인을 하나로 연결해오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한국만의 상환경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한국 시장에 맞춰 JEDI가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이 있나요?
우메다 타카오 대표
일본과 한국은 공통점이 많지만, 상업시설에 요구하는 가치에는 차이가 있어요. 한국은 새로운 상품이나 장소, 체험에 대한 반응이 매우 빠릅니다. 화제 되는 공간이나 콘텐츠는 SNS를 통해 단기간에 확산되죠. 따라서 상업시설 역시 오픈 당시의 임팩트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발견을 제공해야 합니다. 하지만 화제성만으로는 시설의 매력을 장기간 유지할 수 없죠. 이에 JEDI가 한국에서 특히 중시하는 부분은 ‘오픈 초기의 임팩트’와 ‘장기적으로 변화하는 유연성’의 양립입니다. 기본이 되는 공간 구성과 동선에는 보편성을 가지면서도 테넌트, 이벤트, 사인, 디지털 콘텐츠 등은 시장 변화에 맞춰 업데이트할 수 있는 스킴을 도입하죠. JEDI는 일본에서 쌓아온 장기적인 운영 경험과 섬세한 관점, 그리고 한국 시장이 가진 속도감과 역동성을 조화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어요. 일본의 방식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시장과 문화를 이해하고, 상업시설이 일시적인 화제로 끝나지 않고 이용자와의 관계를 오랫동안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타임스퀘어인데요. JEDI는 타임스퀘어 오픈 당시 미니멀한 디자인을 기본으로 모던한 몰 공용공간과 각 전문점의 파사드가 주역이 되는 상환경을 구축했습니다. 그 후 2014년, 2019년, 2024년에 지속적으로 공간을 리뉴얼하며 각 시대에 맞는 소비자의 가치관과 시설에 요구되는 역할의 변화에 따라 ‘체류 시간의 질’을 높이는 공간을 조성해왔죠.
한편 아모레퍼시픽 프로젝트에서는 상업 기획, MD 계획, 시설 배치 계획을 담당했는데요. 본사 빌딩에 걸맞은 품격을 유지하면서 기업과 브랜드의 이미지를 발신할 수 있는 매장 구성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제한된 면적 안에서 각 매장을 효과적으로 배치해 편리한 동선을 구축하고자 했고요.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경우에는 신도시에 새롭게 정비될 백화점과 복합상업시설의 방향성을 검토한 후 상업 기획과 마스터플랜을 수립했습니다. 백화점, 쇼핑몰, 영화관, 마트의 구성 그리고 각 시설의 적정 규모와 신도시 내 상업 수요를 검토하면서 블록 전체의 플래닝을 진행했죠.
이 세 프로젝트는 각각 대규모 복합시설 개발 및 지속적인 리뉴얼, 본사의 브랜드 발신, 신도심 내 상업 지구 구축이라는 점에서 규모도 목적도 다릅니다. 그러나 입지, 마켓, 사업의 목적을 파악하고 필요한 기능과 사람들의 행동 양상을 정리한 뒤 이를 최적의 공간으로 연결해가는 방식은 JEDI의 공통된 태도죠.
CHAPTER 3.
JEDI와 반도 건설의 만남
Q JEDI는 지금까지 반도건설과 ‘카림애비뉴’, ‘파피에르’, 그리고 ‘시간(時間)’이라는 상업시설을 함께 해왔습니다. 두 회사의 협업 과정과 그 속에서 JEDI가 맡은 역할을 들려주세요.
김민주 주재원
반도건설과 JEDI의 협업은 카림애비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파피에르와 시간(時間)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모든 프로젝트의 시작은 공모전이었는데요. JEDI는 반도건설의 사업 목적과 계획 조건, 시설에 대한 비전을 바탕으로 이용자의 관점을 더해 상업 콘셉트, MD 계획, 공간 구성, 상환경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안해왔습니다.
세 차례 프로젝트를 거듭할수록 반도건설과의 협업 방식은 더욱 깊어졌는데요. 일본과 한국은 사용할 수 있는 자재나 공법, 설계 및 시공 방식, 의사결정 속도 등에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인 의도를 유지하면서 한국의 현장 조건에 맞춰 디자인을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조정하는 일이 중요했죠. 이 과정에서 반도건설의 임원 및 담당자분들로부터 사양이나 디테일의 실현성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듣기도 했어요. 그렇게 그때마다 디자인 의도와 한국의 현장 조건을 비교 검토하고 양측이 의견을 수렴해가며 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형태로 조정했습니다. 협업 과정에서 쌓인 대화는 프로젝트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나아가, 반도건설과 JEDI의 관계를 발주처와 디자인 회사의 관계에서, 더 나은 상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발전시키기도 했습니다.
Q 고양 한류월드의 카림애비뉴, 평택 고덕 파피에르에서 JEDI의 상환경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을 소개해주세요.
김민주 주재원
카림애비뉴를 기획하던 당시, 한국의 일반적인 분양형 상업시설은 건물 외관이나 첫인상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는데요. JEDI는 외관 디자인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내부 공간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까지도 포함해 상환경 전체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 이용자가 여유롭게 쉴 수 있는 환경, 내부 공간까지 일관된 시설 브랜딩, 누구나 알기 쉽고 이용하기 편리한 동선 및 사인 — 이 세 가지 관점이 있었죠. 또한, 분양형 상업시설임에도 판매성뿐만 아니라 지역과 시설에 요구되는 기능을 고려해 MD 계획을 수립하고, 전체적으로 통일된 브랜드 이미지의 상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한편, 파피에르가 자리한 평택 고덕동은 풍요로운 자연 환경과 첨단 산업이 공존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요. 주변에 젊은 가족 단위의 주민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죠. 정주 환경이 좋기 때문에 지역 주민과 주변 환경을 상업시설에 융합하고자 했어요. 따라서 지역 특성과 주요 이용층인 영패밀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콘셉트, 동선, 공용 공간, 사인 등에 반영한 부분이 있습니다.
Q 카림애비뉴와 파피에르는 각각 카림라시드(Karim Rashid), 크릭앤칼(Craig & Karl)이라는 아티스트와 협업한 프로젝트이기도 해요. 아티스트가 제안한 콘셉트는 무엇이었고, 이는 어떻게 반영됐나요?
김민주 주재원
JEDI가 일본 스타일에 기반해 상환경을 디자인하다 보니까 목재같이 차분한 마감재를 중심으로 한 정제된 분위기가 좀 있어요. 그런데 파피에르는 젊은 가족 층이 타겟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조금 더 활기 있는 요소가 필요했던 거죠. 크랙앤칼은 팝적인 색과 패턴을 주로 쓰는 아티스트예요.
어떻게 보면 JEDI의 디자인과 이질적인 느낌이 많이 나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와 크랙앤칼의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방향을 연구하며 진행했습니다. JEDI의 차분한 디자인이 기본 바탕이 되고, 크랙 앤 칼의 개성적인 조형과 그래픽은 엘리베이터 홀, 프레임, 루버 등에 부분적으로 적용돼 조화를 이루면서도 포인트가 되도록 했습니다.
우메다 타카오 대표
카림애비뉴는 원래 외관에 담겨 있던 뉴욕의 이미지를 발전시켜, ‘뉴욕 스타일의 스트리트 몰‘과 ‘빈티지 모던‘을 기본 방향으로 잡았어요. 벽돌과 블랙 스틸을 조합하고, 약 3,000K의 따뜻한 색온도 조명을 더했고요. 사인에는 블랙 스틸과 유리를 써서 신구 요소가 공존하는 거리 같은 분위기를 냈습니다.
동선은 뉴욕 거리를 산책하듯 안팎을 자연스럽게 돌 수 있게 짰고, 외부엔 하이라인을 모티프로 한 산책로를 두어 걷다 멈춰 서고 쉬는 흐름을 만들었어요. 선큰 광장과 계단 주변에도 식재와 벤치, 휴게 공간을 배치해서 그냥 지나치는 통로가 아니라 머물 수 있는 자리로 만들었고, 외부 조경에 놓일 가구와 오브제는 카림 라시드에게 직접 디자인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저희가 강조하고 싶었던 건 세련된 인상과 일상적인 친근함, 이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가는 거였어요. 화제성에만 기대는 공간이 아니라, 여러 번 찾아도 편안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동네에 스며드는 공간이었죠.
파피에르는 크랙앤칼로부터 직접 그래픽과 조형물, 가구 디자인 자료를 받았어요. 저희는 이 표현을 시설 전체에 고르게 펴 바르기보다, 게이트나 엘리베이터 홀 같은 핵심 지점에 포인트로 심는 쪽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확인하려고 저희 상환경 디자인과 크랙앤칼의 그래픽을 합친 투시도까지 만들었고, 계속 의견을 주고받으며 조율했어요.
영패밀리가 주요 타깃이다 보니, 어린이 장식을 늘리기보다는 가족이 함께 편하게 움직이고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환경에 집중했습니다. 중앙 광장과 공원의 연결성을 살리고, 두 개 구역에 각각 성격을 줘서 어른이 차분히 쉴 곳과 아이도 즐길 곳을 나눴고요. 계단·엘리베이터 위치는 건축 단계에서 이미 정해져 있어서, 저희는 그 위에서 동선의 인지성과 유도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1층 엘리베이터 홀마다 크랙앤칼 그래픽의 컬러 톤을 구역별로 다르게 줘서, 이용자가 자기 위치를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게 했어요. 소재는 목조와 석재로 차분한 바탕을 깔고, 스틸·알루미늄·유리를 포인트로 더해 친근함과 즐거움을 같이 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파피에르는, 저희가 만든 차분한 바탕 위에 크랙앤칼의 선명하고 유쾌한 그래픽이 꼭 필요한 자리에만 놓인 공간이 됐어요. 아트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쓰면서, 일상적인 편안함과 기억에 남는 개성을 함께 가져간 게 파피에르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CHAPTER 4.
개발을 넘어 운영으로, 상환경의 진화
이곳의 상환경 디자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김민주 주재원
시간(時間) 프로젝트 공모전이 개최된 시기는 팬데믹으로 인해 일하는 방식과 생활 방식이 크게 변화했던 때였습니다. 재택근무나 외출 제한 등으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를 다시금 고민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죠. 이에 공모전에서 저희가 제안한 콘셉트는 일산호수공원의 풍요로운 환경을 살린 ‘Beyond the Lake’와, 일상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시간을 보내는 ‘Meets My Favorites’이었습니다.
주요 타겟은 일산 지역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영패밀리 혹은 앞으로 새로운 가정을 꾸려나갈 커플로 삼았어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시간(時間)이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곳이 아닌, 휴식을 취하고, 식사를 즐기며,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등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했습니다. 그리하여 지역과 이용자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공간 디자인의 키워드는 ‘Warm·Contemporary·Cozy’였어요. 목조의 따스함, 어스 컬러, 자연광, 테라스와 광장, 선큰 공간 등을 도입해 인접한 호수와 자연환경과의 연결을 느끼며 시설 내 다양한 장소에서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상환경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이러한 사고방식을 한층 더 발전시켜 콘셉트로 정리한 것이 바로 ‘Savor the Moment’입니다. 이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순간순간을 만끽하며 자신다운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고방식이며, 현재 ‘시간(時間)’의 상환경 디자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Q 일본과 한국에서 다양한 상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JEDI의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김민주 주재원
일본과 한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면서 나라마다 상업 시설의 조성 방식이나 소비자의 취향에 차이가 있을지라도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는 공통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또한 한국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히 콘셉트나 디자인만으로는 상업공간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도 배웠고요. 각 지역과 마켓을 이해하고 현지 사업자, 설계자, 시공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거듭하며 가장 적합한 해답을 모색하는 단계가 중요합니다.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의견을 교류함으로써 한 회사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JEDI는 양국을 통해 쌓아온 경험을 활용하면서 일본과 한국, 사업과 디자인, 계획과 현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반도건설과 함께 지역 주민에게 오랫동안 이용되고 사랑받는 상환경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상환경 전문가의 시각에서 앞으로 상환경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그리고 그 전망 속에서 ‘시간’은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을까요?
우메다 타카오 대표
앞으로의 상환경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며 경험과 관계를 쌓아가는 장소’로 더욱 변화하리라 생각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실제로 상품을 만져보고, 사람을 만나고, 식사를 즐기며, 그 장소의 분위기를 느끼는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더욱 귀해지기 때문이에요. 또한 개발·분양과 더불어, 오픈 후 운영을 통해 시설의 매력과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時間)’이 상업공간의 일부를 분양하는 한편, 일정 비율을 반도건설이 지속적으로 보유하며 운영 방침에도 관여해나가는 방식은 시설 전체의 가치를 장기적으로 키워나가는 전개입니다. 이는 향후 분양형 상업시설의 한 방향성을 보여주죠. 오픈 후에도 사업자가 지역 및 이용자와의 관계를 육성하고 시설 가치를 높여나가는 일이 중요해질 테니까요. 일정 규모의 상업공간을 보유한 사업자는 지역에 필요한 테넌트와 콘텐츠를 유치하고, 시설 전체의 MD를 조율하면서 시대와 이용자의 변화에 맞춰 상환경을 지속적으로 갱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테넌트뿐만 아니라 팝업 스토어, 이벤트, 지역 활동 등을 도입해 항상 새로운 방문 동기를 창출하는 일도 가능하겠습니다. 이에 상환경 디자인도 오픈 당시의 완성형을 고정하기보다는 테넌트, 콘텐츠, 용도의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성이 요구됩니다. 동시에 소유 형태가 다른 구획을 포함해 시설 전체적으로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와 쾌적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과 운영 체계가 중요하고요. 따라서 ‘시간(時間)’은 개발과 운영을 연결함으로써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용되는 상업시설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이자, 상환경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메다 타카오 대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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