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오묘한 차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공간 디자이너, 심리학 교수, 풍수지리학자 그리고 부동산 전문 유튜버 부읽남이 한자리에 모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같은 평수라도 집이 넓어 보이는 이유를 설계·심리·풍수 세 가지 관점에서 풀어본 유보라TV 속 그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84㎡의 착시, 공간 디자이너 홍정훈이 말하는 설계의 비밀
공간 디자이너 홍정훈 대표는 84㎡라는 숫자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전용면적’일 뿐이고, 실제로 느끼는 집의 크기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거죠. 펜트리나 알파룸, 발코니처럼 서비스 면적이 어떻게 붙느냐에 따라 체감은 확 달라집니다. 결국 같은 평수라도 ‘얼마나 쓸 수 있느냐’가 공간의 크기를 좌우합니다.
이렇게 ‘쓸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로 넘어오면, 설계 방식이 중요해집니다. 홍 대표가 주목하는 지점은 ‘가변형 벽체’입니다. 필요에 따라 벽을 허물어 거실을 넓게 쓰기도 하고, 다시 나눠 방을 만들 수도 있는 구조인데요. 정해진 공간에 삶을 맞추는 대신, 생활 방식에 따라 공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눈에 띄는 흐름입니다.
이런 설계의 유연성은 공간의 인상을 만드는 방식에서도 이어집니다. 천장고 역시 무조건 높다고 좋은 건 아니라는 건데요. 입구는 살짝 낮추고, 거실에서만 높이를 열어주면 훨씬 넓고 탁 트인 느낌을 줍니다. 결국 공간의 차이는 거창한 확장보다, 이렇게 미묘한 높이의 변화 같은 디테일에서 시작됩니다.
“84㎡라는 건 전용면적일 뿐, 실제 체감 면적은 서비스 면적에서 결정됩니다.”
홍정훈(공간 브랜딩 기업 ‘오알크루’ 대표)
집이 마음을 바꾼다, 심리학자 한소원 교수가 말하는 공간과 뇌의 관계
같은 공간이라도 왜 유독 더 넓게, 혹은 답답하게 느껴질까요. 심리학과 한소원 교수는 그 이유를 ‘뇌의 작동 방식’에서 찾습니다.
정리가 되지 않은 공간은 단순히 보기 불편한 수준을 넘어, 뇌가 불필요한 정보를 계속 처리하게 만들어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죠. 그 결과가 바로 불안감과 스트레스입니다. 반대로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은 공간은 시각적으로 안정될 뿐 아니라, 기억력 같은 인지 기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이렇게 ‘느낌의 크기’를 좌우하는 요소는 시각적 질서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채광과 창문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외부와 연결된 느낌을 주는 구조만으로도 공간은 훨씬 넓게 인식됩니다. 실제 면적이 그대로여도 체감은 달라지는 거죠. 그래서 꼭 비워야만 넓어 보인다는 공식도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 물건들이 딱 자기 자리를 찾고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이라면 오히려 더 안락하고 넓어 보일 수 있다는 말이 오래 남습니다.
” 적절한 채광과 창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이 심리적 안정감을 극대화해, 집이 더 트여 보이게 합니다.”
한소원(서울대 심리학 교수)
명당은 따로 있다, 풍수지리학자 이재원이 말하는 좋은 집의 조건
이재원 풍수지리학자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건 ‘배산임수’, 즉 뒤에서 지켜주는 힘과 앞이 트인 구조라고요. 오래된 개념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는 심리적 안정감·채광·통풍과 정확히 맞닿아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관점은 구체적인 선택 기준으로도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사업가라면 거실 창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산이나 높은 건물이 자리한 ‘우백호’ 지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요. 공간을 지켜주는 균형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풍수적으로 선호되는 구조로는 판상형을 꼽았습니다. 거실과 주방 창이 서로 마주 보는 구조라 통풍이 잘 되고, 시각적으로도 훨씬 열려 보이기 때문입니다.


” 건축 설계와 풍수 설계가 하나가 되었을 때, 거기가 바로 명당 아파트가 됩니다.”
이재원 풍수지리 전문가
결국 방향은 하나로 모입니다. 설계가 강조하는 개방감과 흐름, 풍수가 말하는 안정과 균형은 다른 언어처럼 보이지만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습니다. 집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면적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 숨 쉬고 머무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라는 점에서요.
세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집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지지 않으셨나요? 면적은 숫자일 뿐, 진짜 공간의 크기는 설계와 심리와 환경이 함께 만들어낸다는 것. 숫자만 보지 말고, 나의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이 공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 그게 좋은 집을 고르는 가장 현명한 출발점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