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1.
답십리 고미술상가 — 수집가의 공간에서 모두의 보물창고로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1·2번 출구를 나서면 도자기와 목가구, 민속품을 내건 가게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1980년대 청계천, 황학동, 아현동 등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던 고미술 상점들이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권이다.
같은 상가 안에서도 동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2동은 가장 활기가 넘치고 볼거리가 풍성하며, 5동에서는 중국에서 들여온 정교하고 화려한 기물을, 6동에서는 국내 고미술품을 주로 만날 수 있다. 몇천 원짜리 작은 소품부터 오랜 세월을 견딘 고가의 도자기까지, 가격과 시대의 폭도 넓다.
출처: 서울관광재단
오랫동안 전문 수집가와 단골의 공간이던 이곳에 최근 2030세대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이라는 희소성, 상인에게 직접 듣는 물건의 내력이 젊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이유다. 골동과 빈티지 패션, 현대 작품을 함께 소개하는 젊은 감각의 상점도 차례로 문을 열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동대문구는 2026년 4월 고미술상가와 영화 자산을 잇는 ‘답십리 헤리티지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그 흐름을 이어갈 예정이다.
💡 이용 팁: 처음이라면 2동에서 분위기를 익힌 뒤 5·6동으로 넘어가 보자.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면 상인에게 연대와 쓰임새를 물어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Place 2.
황학동·동묘 벼룩시장 — 무엇을 만날지 모르는 즐거움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동묘 돌담길에서 황학동, 신당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골목은 서울에서 가장 큰 벼룩시장 지대다. 생활용품부터 가구, 시계, 카메라, 헌책, 구제 옷까지 가판 위에는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다.
황학동 일대는 해방 이후 1980년대 초까지 양곡시장으로 번성하다가, 중고품과 골동품이 모이며 ‘만물시장’으로 이름을 알렸다.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많은 상점이 동대문 서울풍물시장으로 옮겨 갔지만, 남은 상인들이 동묘 인근에 자리를 잡으며 지금의 거대한 시장 골목을 이루었다.
이곳의 매력은 ‘무계획’에 있다. 무엇을 사러 가는 곳이라기보다, 쌓인 물건 더미 사이에서 나만의 빈티지 아이템을 우연히 발견하는 재미가 큰 곳이라는 의미다. 한때 중장년층의 쇼핑거리로 여겨지던 동묘 일대는 빈티지 패션을 즐기는 젊은 층부터 해외 관광객까지 두루 찾는 새로운 레트로 명소가 됐다.
💡 이용 팁: 주말에 가장 많은 노점이 문을 연다. 흥정은 시장의 문화지만, 상인과 기분 좋게 주고받는 선에서 즐기자.
Place 3.
세운상가 — 산업의 기억 위에 피어난 창작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종로에서 퇴계로 방향으로 길게 늘어선 세운상가는 1968년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지어진 국내 최초 주상복합 건물이다. ‘세상의 기운이 모인다’는 이름처럼, 한때 이곳은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메카였다. “세운상가를 몇 바퀴 돌면 탱크도 만든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전기·전자 부품과 기술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강남과 용산에 새로운 상권이 생기며 한동안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부품을 찾는 사람들과 수십 년 경력의 수리 장인들은 여전히 이곳을 지키고 있다. 여기에 청년 창업가와 예술가들이 들어서면서 세운상가는 오래된 산업의 흔적과 새로운 창작이 만나는 장소로 다시 주목받았다.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상가 안을 걷다 보면 진공관 앰프와 오래된 계측기, 조명 부품이 빼곡한 가게 사이로 감각적인 카페와 작업실이 섞여 있다. 보행 데크와 옥상에 오르면 종묘와 도심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인들의 작업 소리를 배경 삼아 커피 한 잔을 마시다 보면,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한 건물 안에 공존하는 세운상가만의 매력을 실감하게 된다.
💡 이용 팁: 점포별로 운영 시간과 휴무일이 다르다. 평일 낮에 방문해야 장인들이 일하는 생생한 풍경을 볼 수 있다.
Place 4.
을지로 — 낮에는 인쇄소, 밤에는 골목 문화
출처: 네이버 블로그 windinss
을지로 대로변의 빌딩 숲 뒤편으로 한 발짝만 들어서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인쇄소와 철공소, 공구상, 조명가게가 다닥다닥 붙은 좁은 골목. 이곳은 한때 인쇄·금속 기술자들이 모여 일하던, 서울 도심 제조업의 심장이었다. 을지로 3가 일대의 인쇄 골목은 20세기 초 인근 극장의 광고 전단을 찍으며 형성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골뱅이 골목과 노가리 골목도 인쇄업의 번창과 함께 생겨났다.
출처: 서울관광재단
을지로의 변화는 이 오래된 골목 틈에서 시작됐다. 간판도 없는 낡은 건물 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카페와 바, 전시 공간이 하나둘 늘어나자 특유의 분위기에 매료된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을지로는 ‘힙지로’라는 별명을 얻으며 골목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오래된 상점과 건물의 분위기를 지우지 않고 그대로 살린 공간들이 오히려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을지로의 진짜 매력은 두 개의 시간이 겹친다는 데 있다. 낮에는 인쇄기 돌아가는 소리와 짐을 나르는 손수레가 골목을 채우고, 해가 지면 네온사인 아래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같은 골목이 낮과 밤에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곳, 그곳이 바로 을지로다.
💡 이용 팁: 숨은 공간을 찾아 골목을 헤매는 것 자체가 을지로를 즐기는 방법이다. 다만 낮 시간에는 일하는 상인들의 작업과 통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하자.
걸어서 시간 속으로
새것이 언제나 더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손길이 남은 오래된 물건, 오랜 시간 사람들의 일상이 쌓인 골목, 새로운 쓰임을 얻은 오래된 공간까지. 요즘 서울에서는 시간이 만든 흔적 그 자체가 하나의 취향이 되었다.
답십리에서 세상에 하나뿐인 그릇을 고르고, 황학동에서 뜻밖의 물건을 건지고, 세운상가에서 장인의 손끝을 구경한 뒤, 을지로 골목에서 하루를 마무리해 보는 건 어떨까. 이번 가을에는 조금 천천히 걸으며, 새것에서는 찾기 어려운 서울의 오래된 매력을 발견해 보자.
FAQ
Q1.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어떻게 둘러보면 좋나요?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1·2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상가가 이어집니다. 처음이라면 가장 활기찬 2동에서 분위기를 익혀 보세요. 이어서 중국 기물이 많은 5동, 국내 고미술품 위주인 6동 순으로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몇천 원짜리 소품부터 고가의 도자기까지 가격대가 다양해 부담 없이 구경할 수 있습니다.
Q2. 황학동·동묘 벼룩시장은 언제 가는 게 좋나요?
노점이 가장 많이 문을 여는 주말 방문을 추천합니다. 특정 물건을 사러 가기보다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우연히 마음에 드는 빈티지 아이템을 발견하는 것이 이곳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흥정도 시장 문화의 일부지만, 상인과 기분 좋게 주고받는 선에서 즐기는 것이 좋습니다.
Q3. 세운상가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나요?
세운상가는 1968년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로, 한때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중심지였습니다. 지금도 진공관 앰프와 계측기, 조명 부품 가게 사이로 카페와 작업실이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점포마다 운영 시간이 다르니, 장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려면 평일 낮에 방문하세요.
Q4. 을지로가 ‘힙지로’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쇄소와 철공소, 공구상이 모인 오래된 골목에 간판 없는 카페와 바, 전시 공간이 하나둘 들어서며 젊은 층이 모여들었기 때문입니다. 낮에는 인쇄기와 손수레가 오가는 작업 골목이고, 밤에는 네온사인 아래 골목 문화가 펼쳐집니다. 낮에 방문할 때는 상인들의 작업과 통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세요.